닉스 사건의 전말

 

1등 3억원의 위력은 실로 엄청났다. 닉스 인터넷(이하 닉스)의 도메인 공모행사는 99년 8월 17일부터 9월 21일까지 36일의 응모 기간 동안 12만명으로부터 총 35만개의 도메인을 접수하는 기염을 토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행사는 초반부터 수많은 문제점들을 드러내 대다수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과 강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아무런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반드시 회원 가입을 해야만 응모가 가능하도록 해놓은 체계부터가 사람들을 화나게 했다. 이를 이용해 도메인 응모시 전혀 알 필요가 없는 직업(구체적으로 기술), 소속(회사와 직책, 학교명과 학과·학년을 구체적으로 기술), 성별, 생년월일, 인터넷 사용 환경, PC 보유 기종 등을 기재하도록 한 것은 물론이고 행사 초기에는 은행 계좌 번호까지도 요구했다.

또한 networksolutions.com(이하 인터닉)을 통해 이미 도메인을 소유하고 있던 사람들(이사람들에 한해서 회원 등록 및 도메인 응모 페이지 다음에 나오는 '도메인 양도 계약서 - 도메인이 당선됐을때 반드시 양도하는데 동의하는 계약서'의 작성을 의무화했지만 나중에 강제성이 없다고 밝힘)은 물론 도메인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도 응모가 가능했는데, 이로 인해 닉스는 수많은 개인의 지적 재산을 아무런 대가 없이 보유하게 됐다.

이점을 의식한 닉스는 후보작만 하루에 10개씩 등록(이것도 행사가 끝나고 알아보니 거짓. 매일 추려낸게 아니라 행사가 끝난 뒤에 부랴부랴 분류작업을 행했으며 인터닉에 등록된 후보작도 그 수가 터무니없이 적음)해서 나중에 돌려준다고 했지만 그정도로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었다.

결국 위와 같은 문제로 닉스와 그 직원들을 믿을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이 먼저 인터닉에 도메인을 등록한 후에 응모를 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때문에 해외로 빠져나간 외화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그 당시는 인터닉에 도메인을 먼저 등록한 후 비용 납부를 두달정도 미루는 것이 가능했지만 도메인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았을 리가 만무).

게다가 응모기간이 지난 후 자사의 이름인 nix가 들어간 도메인은 모두 제외한다는 신문기사가 나가자 사람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는 'nix가 들어간 도메인이라도 상관 없다'고 했던 처음의 입장을 뒤집어버리는 조치였기 때문인데 닉스는 며칠간 사람들의 빗발치는 문의에도 아랑곳하지 않다가 나중에 '그런적 없다'면서 'nix가 들어간 것도 몇개 있을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위에 열거한 점들 외에도 도메인의 의미를 설명할 수 있는 난의 부재, Q&A(Questions & Answers)게시판 담당자의 부재(처음 이틀간만 존재) 등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났고 사람들은 닉스와 이번 행사에 대해 신뢰를 갖지 못하게 됐다.

마침내 발표날인 99년 10월 7일 오전 10시가 되자 수많은 사람들이 공식 행사 사이트였던 nixinternet.com에 몰려들었으나 홈페이지는 아예 뜨지도 않았다. 오후에 홈페이지가 가끔 뜨기는 했지만 당선자 명단은 찾아볼 수도 없었고 그에 대한 아무런 해명도 없었으니 다시 한번 사람들을 화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결국 저녁때가 돼서야 새로 디자인된 홈페이지와 함께 당선자 명단이 공개됐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1등 당선작은 ifree.com이었다. 저 도메인은 예전에 모 인터넷 기업에서 무료 인터넷 접속 서비스(회원수 40만명)용으로 사용하던 도메인이었는데 당선자 발표 시점에는 모든 법적 소유권이 닉스로 이전돼서 인터닉의 기록도 변경된 뒤였다. 그러나 인터넷 경력이 몇년 된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예전 소유주의 기록도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었다.

위에서 밝혀진 그 모 인터넷 기업은 바로 이번에 닉스의 공식 행사 사이트(nixinternet.com)의 웹호스팅(단순한 전용선 서비스와는 다름)을 담당한 아이네트였다.

또한 1등 당선자의 자격 문제도 불거졌는데 이번 행사에는 애초부터 법인의 응모는 불가능했으며 ifree.com의 응모·당선자 이상호는 발표 다음날 알아보니 아이네트의 도메인 관리자였다. 그러나 닉스는 당선자 발표시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으며 사람들은 다음날 '아이네트는 이상호씨 덕분에 뜻하지 않은 거액을 받게 됐다'는 등의 기사들이 나가자 그때서야 이상호가 누구인지 알게 됐다. 이 사실을 접한 많은 사람들은 '이상호는 ifree.com을 응모해서 당선된 사람이므로 응모 전후에 자비로 ifree.com을 구입했어야 마땅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아무튼 아이네트가 3억을 가져가게 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부터 분을 이기지 못한 욕설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여러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나오면서 급기야 닉스의 사기 공모를 밝히겠다고 나선 사이트까지 등장했는데 그것이 바로 ihateifree.com이었다.

처음에 ihateifree.com에 올려진 질문 중 핵심적인 질문에 대한 닉스의 답변은 그야말로 형식적으로 사태를 무마하기에 급급했고 뒤이어 도메인 공모 행사는 짜고 친 고스톱이었음을 밝히려는 네티즌들의 글이 계속 올라오자 닉스측은 부랴부랴 2차 해명에 나섰으나 여기서도 여전히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위에서 언급된 닉스-팝콘-아이네트의 관계라든가 당선자의 자격 문제는 사실 닉스의 2차 답변이 나온 뒤에 ihateifree.com에서 많은 네티즌들에 의해 구체화된 것들이었다.

여기서 얼마 안가 또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ihateifree.com은 현재 황용수(필명 한국인)라는 현직 교사가 운영하고 있으나 사실상 모든 네티즌의 소유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사이트가 만들어지고 얼마 안가 '킬용수', 'vhffltm', '우하하'등의 사람들이 게시판을 점령하면서 문제는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저들은 용도에 맞춰 구분된 4개의 게시판을 모두 같은 글로 도배(내용이 완전히 같은 글을 수십, 수백개씩 연속해서 게재해 게시판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행위)하기에 급급했는데 글의 내용도 '이곳에 글올리는 놈들은 모두 운영자 한국인의 제자다', '이 사이트의 궁극적 목표는 상업화다', '바보들아 잠이나 자라', '무식한 놈 너 바보지', '내 위대한 글들을 모두 삭제한 이유가 뭐냐', '내가 진짜 운영자니 이제부터 내맘대로 하겠다', '닉스 만세' 등의 일관된 주제(?)들을 가지고 있었다. 저 외에도 온갖 욕설과 운영자 및 네티즌들을 조롱하는 말들을 서슴치 않았기 때문에 모두 닉스측 직원들일지 모른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

그러나 마침내 한 제보자에 의해 저들이 모두 닉스측 직원들임이 드러났다. ihateifree.com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위에 각각의 ip 주소가 기록되는데 이를 추적한 결과 'vhffltm'는 닉스의 안우정 대리, '우하하'는 닉스의 이재근과장, '진짜 운영자'는 닉스 통합 마케팅실로 각각 밝혀짐에 따라 네티즌들은 더욱 격분하게 되었다. 특히 안우정 대리는 한국인에게 직접 찾아가 몇번이고 사과를 했던 바로 그 인물이었으나 사과를 한 다음날도 온갖 추잡한 글을 올린게 드러나 그야말로 실소를 자아냈다.

나중에 닉스 통합 마케팅실에서 '개인정보의 유출은 이페이지의 부당함을 보여줄 뿐이다'라는 제목의 글로 항의를 했지만 이미 많은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전혀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뻔뻔한 글이었다. 특히 저 글은 ip 주소 공개를 문제삼고 있는데 ip 주소란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들의 실제 주소로서 이것을 사람들이 보고 읽으며 이해할 수 있도록 사족을 달아놓은 것이 바로 도메인 네임(모든 컴퓨터에 필요한 것은 아님)이니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웹브라우저의 주소 입력창에 ip 주소인 208.33.218.15을 치면 amazon.com으로 바로 연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ip 주소는 엄연한 공개 정보이며 간단한 상용 프로그램을 사용해 각 컴퓨터의 정보를 알아내는 것 또한 합법적인데 저들은 어리석게도 각 컴퓨터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해놓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얼마후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에서 ihateifree.com측에 결정적 증거를 제공했는데 그에 의하면 아이네트의 허진호 사장은 닉스의 인터넷 사업 고문으로서 처음부터 모든 회의에 참석했으며 이번 도메인 공모 행사에도 역시 상당히 깊게 관여했다고 한다. 게다가 저들이 처음부터 응모된 도메인 중에서 1등을 선정할 계획이 없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내부문건이 발견된 현 상황에서는 이제 더이상 변명의 여지조차 남지 않았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닉스의 도메인 공모 행사는 완전한 사기극으로 드러났지만 저들은 지금까지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어 결국 법정에서 끝을 보게 될 것 같다. 이번 사건은 연 매출액 1000억원대의 한 의류업체가 새로 인터넷 사업에 진출하기도 전에 많은 네티즌을 상대로 사기를 행한 한마디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로 인한 사람들의 물질적 정신적 피해와 후유증도 물론 엄청나겠지만 앞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산업을 이끌어갈 정보통신 산업 그중에서도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터넷 업계에 자칫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일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으면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는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 전체의 도덕성과 신뢰도부터 의심받게 될지 모를 일이다. 이번 사건으로 직접 피해를 본 네티즌만 해도 12만명인데 이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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