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디지털 조선일보(www.chosun.com) 9월 20일자
"개인 홈페이지로 부당한 권력에 맞선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무기로 대기업-행정기관 등의 거대권력과 맞서싸우는 '인터넷 시민군'이 일본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 화제를 모으고 있는 케이스는 '와카야마시 이지메(집단괴롭힘) 고발사건'. 와카야마의 한 중소기업 사장이 아들의 이지메를 방관하는 초등학교와 교육위원회를 인터넷 상에서 고발한 사건이다.
"아들이 매일같이 이지메를 당하는데도 학교측은 증거가 없다는 겁니다. 홈페이지 밖에 대항수단이 없다고 생각했죠." 야마다 조헤이 (54)씨가 지난 8월 개설한 홈페이지(http://www5a.biglobe.ne.jp /∼yamada-c/)엔 담임, 교장 등의 관련인물을 모두 실명으로 게재, 학교측의 과실을 고발하고 있다. 수록된 9분짜리 비디오의 대화중엔 아들을 이지메한 상대 아동의 이름도 등장한다.
홈페이지는 조회건수가 38만건(20일 현재)이 넘을 정도로 파문이 컸다. 교육위원회측은 "홈페이지 주장이 일방적이고 인격침해 우려가 크다"며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야마다씨는 "내 아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아이나 선생의 인권은 나도 인정할 수 없다"며 완강히 맞서고 있다. 고발당한 교장은 견디다못해 자진사퇴했다.
두달 전엔 후쿠오카의 회사원 A씨(38)가 연매출액 3조7000억엔의 거대기업 도시바를 굴복시킨 '사건'이 벌어졌다. 고장난 비디오 데크의 수리를 둘러싸고 도시바 직원에게 폭언을 당하자 그 내용을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 홈페이지(http://member.nifty.ne.jp/AKKY/)는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으며 조회수가 무려 1000만건을 넘어섰다. 결국 도시바는 부사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백배사죄했다.
'인터넷 시민군'의 상대는 과거 같았으면 거액의 소송비용과 몇년의 세월을 투자할 각오없이는 싸울 엄두도 못냈을 대기업이 많다. 중고차 판매상 구로다 마코토(28)씨는 일본최대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의 무릎을 꿇게 했다. 자동차 앞부분을 긁혀 수리를 맡겼더니 도요타 서비스센터가 범퍼 자체를 무단으로 교환해버리자 싸움을 걸고 나섰다.
구로다씨는 도요타 직원이 수리도중 범퍼를 손상시겼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를 홈페이지(http://home9.highway.ne.jp/kuromako/)에 올렸다. 조회건수가 33만건에 달하는 등 사건이 확산되자 천하의 도요타도 견딜 수 없었다. 구로다씨 요구대로 자사 홈페이지에 사죄문을 게재하는 등 백기투항하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했다.
오사카 공무원 B씨(49)가 증권회사에로부터 당한 피해를 고발한 홈페이지(www.geocities.co.jp/WallStreet/9154/)도 화제를 뿌리고 있다. 그런가하면 쇠고기덮밥 체인점이나 햄 제조회사의 제품결함을 고발한 홈페이지도 수십만 단위의 조회건수를 기록중이다. 미디어 평론가 시노다 히로유키는 "개인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대중매체 (매스미디어) 같은 '권력'을 쥐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인터넷 시민군'의 활동을 둘러싼 평가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긍정론자들은 이들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새로운 미디어 모형을 제시해 준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반면 무제한의 정보발신력으로 무장한 홈페이지가 비방과 압력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 동경=박정훈기자 : j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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