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일 : 1999/10/12 11:40:13
내외경제 ▶ 닉스 도메인명 공모 사전 각본 의혹
한 의류업체가 인터넷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3억원을 내걸고 실시한 도
메인명 공모가 ‘사전 각본’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
돼 논란이 일고 있다.
청바지업체인 닉스(대표 김효근)는 지난 8일 상금 3억원을 내건 도메인
명 공모 당선작으로 인터넷서비스 업체인 아이네트(대표 허진호)가 소유
하고 있던 ifree.com를 선정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두 회사
가 사전에 ‘입을 맞춘 것’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네티즌들이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우선 닉스가 인터넷서비스를 시
작하면서 전용선 공급업체로 아이네트를 선정했다는 점이다. 발표 예정
시각인 7일 오전 10시에 닉스의 당선작 발표 게시판이 느닷없이 폐쇄됐
다가 오후 6시가 돼서야 발표가 이뤄진 점도 응모자들의 의심을 받고 있
다.
응모작 심사과정의 투명성도 확보돼 있지 않았다고 네티즌들은 주장한
다. 인터넷도메인동호회 시삽인 위형복씨(39)는 “1등 당선자가 최초에
아이네트 직원이라는 사실을 숨기려 한 것도 의심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의혹이 불거지면서 닉스의 공모 당선작 발표가 있은 직후인 9일
부터 PC통신과 인터넷상에는 이번 공모가 닉스인터넷서비스의 회원을 늘
리려는 상술에 불과했다는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11일에는 닉스측의 처사에 항의하는 홈페이지(www.ihateifree.com)까지
생겼다. 이 홈페이지는 개설 하루만에 접속자수가 448명, 게시된 글의
수가 45건에 이를 정도로 네티즌들 사이에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개설자인 황 모씨(32·교사·전북 정읍)는 “소비자와 네티즌을 우롱한
닉스의 제품 불매운동으로 확산시키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네티즌들은 ‘반(反)닉스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닉스가 네티
즌을 상대로 공모를 빙자해 35만4029건의 도메인을 등록한 12만여명의
회원만 확보하고 도메인은 아이네트로부터 돈을 주고 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네티즌들의 ‘사전 각본’주장에 대해 닉스측은 “닉스와 아이
네트는 인터넷서비스 제공자와 고객일 뿐”이라며 “‘내정’ 등의 오해
는 한국 인터넷업계의 역사가 짧은 데서 비롯된 우연”이라고 밝혔다.
박기일 마케팅 실장은 “양도절차에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
에 발표시간이 늦어졌고 당선자를 확인하려는 조회가 한꺼번에 폭증, 서
버가 다운될 것을 우려해 게시판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아이네트의 이재포 마케팅 팀장도 “도메인 응모는 회사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던 도메인을 활용해보자는 차원에서 응모했을 뿐”이라며 ‘밀약
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이같은 닉스와 아이네트측의 해명에
대해 많은 네티즌들은 수긍을 않고 있어 사전각본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홍민·탁상훈 기자
|
